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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딱딱한 거

나의 첫 DSLR, a200 헌정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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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대에서 사람 참 많이 만났습니다. 이야기도 숱하게 나눴죠. ㅎㅎ 즐거웠습니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그들이 겪은 삶이 제 안에서 꿈으로 자라나는 게 좋았습니다. 커피숍에서 커피도 배우고, 일해 번 돈으로는 배낭여행을 갔다던 훈련소 동기의 말. 그 말도 제 꿈이 되었습니다. 전역 후엔 망설임 없이 커피숍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근데,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르더군요. 커피에 대해서 배우기는커녕 맨날 설거지만 해야 했으니까요……….


   생각과 달랐던 것이 또 있었어요. 주말만 아르바이트했기 때문에 제가 모을 수 있던 돈은 정말 푼돈이었습니다. 배낭여행? ㅎㅎㅎㅎㅎㅎㅎㅎ 5년이 지난 지금도 못 가봤어요. 전 고민 끝에 배낭여행은 포기하기로, 그리고 그 푼돈은 카메라와 바꾸기로 했습니다. 푼돈이라고 말은 하지만, 배낭여행 갈 돈에 비하면 푼돈이라는 이야기지 학생에게는 엄청난 돈이었습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좋은 제품을 사기 위해 오랜 시간을 알아봤고, 새것이 아닌 좀 더 저렴한 제품을 사기 위해 중고장터도 기웃기웃거렸습니다. 그래서 구매한 것이 Sony의 a200. 제 첫 DSLR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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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비싼 카메라가 보급 기종이라니!!'라며 현실을 부정했지만, a200은 보급 기종이었습니다. 저는 그때 당시 나온 지 얼마 안 되는 제품을 중고로 68만원 정도에 구입했고, 지금은 중고로 20만원 정도 하네요. OTL;;; 디자인은 전체적으로 둥그스름한 게 유들유들해 보입니다. 다른 DSLR보다 부드러운 이미지죠. 세로그립을 장착할 수 있는 제품인데 하단부까지 굴곡 있게 안으로 말려 들어가 있어요. 때문에 세로그립을 달았을 때 결합부가 살짝 패여서 안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래도 a200 역시 다른 회사 제품들과 비슷한 모습을 지닌 전형적인 DSLR입니다.


   바디가 플라스틱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가볍습니다. 근데 비교 대상이 좀 애매하네요. 현재까지 제 첫 DSLR이자, 마지막 DSLR은 a200이기에 다른 제품과의 비교가 힘들거든요. 간혹 친구들의 DSLR을 만져본 경험에 비춰보자면 a200이 좀 더 작고 가볍긴 했습니다. 이게 얼마나 큰 차이일지 모르겠어요. a200도 DSLR이기 때문에 다른 똑닥이류의 카메라들보다는 크고 무거운 건 마찬가지거든요.



   a200의 그립부는 손가락을 지지할 수 있게 두 번에 걸쳐 굴곡져 있습니다. 또한, 고무가 덧대어져 있어서 손이 미끄러지는 것을 막아주죠. 저의 a200 파지법은 이렇습니다. 우선 소지, 약지, 중지. 이 세 손가락을 이용해 전면을 감아쥐고, 엄지로 후면을 눌러 지탱합니다. 나머지 검지는 다이얼이 상단에 있기 때문에 다이얼 위에 살짝 올려놓죠. 제 손이 작아서일까요? 그립부가 전체적으로 제 손에 딱 들어맞습니다. ㅎㅎ



   그립부의 반대편을 정면에서 보면 위에는 알파 로고가, 아래에는 '1020만 화소'라고 쓰여 있습니다. a200은 제가 써본 첫 1000만 화소급 카메라예요. a200을 사기 전엔 캐논의 400만 화소의 이미지 센서를 지닌 A80을 사용했었습니다. 화소가 2배 이상 차이가 나서일까요? a200은 정말 만족스러웠습니다. 



   측면에서 본 a200의 좌, 우 모습입니다. 특별히 모난 부분 없이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모습이네요. 좌측면과 다르게 우측면은 그립감을 위해 부피가 키워진 모습입니다. 넓어진 이 부분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였을까요? 메모리카드와 배터리의 수납공간이 모두 우측면에 위치해 있습니다. (메모리카드 측면, 배터리 하단)



   좌측면에 있는 고무캡을 열어보면, 그 안에 리모컨 수신부와 DC-IN 단자가 숨어 있습니다. 근데 이게 있다는 것만 알았지, 실제로 사용해 본적은 한 번도 없네요. ㅎㅎ


   우측면의 커버는 플라스틱으로 튼튼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옆으로 끌어당겨서 여는 구조인데, 이 안에는 CF카드 메모리카드를 장착하는 슬롯과 USB단자가 있습니다. DSLR 구매를 위해 a200 정보를 찾을 때, 메모리카드의 종류도 주의 깊게 살펴봤습니다. 소니는 소니만의 독자 규격을 사용한다는 이야기를 워낙 많이 들었거든요. 다행히 a200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A80에서 사용하던 CF메모리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었죠.



   DSLR답게 왼쪽 위에 다이얼이 있습니다. 일면 견장이죠. ㅎㅎ AUTO = 자동, P = 프로그램 모드, A = 조리개 우선 모드, S = 셔터 우선 모드, M = 수동 모드, 그리고 여러 가지 상황별 촬영 모드가 준비되어 있어요. 


   18-70mm 번들 렌즈는 조리개값이 너무 어두워서 저는 주로 S(셔터 우선 모드)에 놓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어두운 조리개 덕분에 셔터를 느리게 설정해야 했고, 느린 셔터값 때문에 사진은 항상 흔들렸습니다. 그래서 아예 제가 버틸 수 있는 한도인 1/15~1/20 정도의 수치에 셔터를 고정한 후 사진을 찍었어요. (이마저도 손떨림 보정의 힘이었습니다.) 나중에 사진 편집 프로그램을 사용해 사진을 밝게 만들죠. 그러고 보니 5년 가까이 이 a200을 사용하면서 렌즈를 산 적이 한 번도 없네요. 밝은 조리개값을 지닌 렌즈를 샀더라면 제가 또 어떻게 사진을 찍었을까 생각해 보게 되네요.



   오른쪽은 위는 썰렁합니다. 조리개값/셔터값을 조정하는 전면다이얼이 맨 앞에 있고, 그 뒤로 셔터 버튼이 있습니다. 나머지는 셀프타이머/연사 설정 버튼과 ISO 설정 버튼뿐이네요. 다른 버튼들은 주로 카메라 뒷면의 디스플레이 주위에 포진해 있습니다. 



   카메라를 정면에서 봤을 때, 오른쪽 밑을 살펴보면 AF(자동 초점)와 MF(수동 초점)를 결정하는 스위치가 있습니다. 저는 왼손을 카메라 밑에 받친 후 렌즈를 살짝 감싸듯 잡고 사진을 찍습니다. 그러면 엄지손가락으로 AF와 MF 사이를 쉽게 오갈 수 있으니까요. 그냥 오래 쓰다 보니 그런 자세를 취하는 것에 익숙해져 버렸네요.



   뷰파인더는 0.83의 배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다른 배율의 뷰파인더를 본적이 없기 때문에, 이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전 잘 모릅니다. ㅎㅎ 사진이 좀 어둡게 찍혔는데, 뷰파인더 오른쪽에 있는 시도 조절 다이얼이 보이시나요? 시도 다이얼을 이용하면 자신의 시력에 맞게 뷰파인더 시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뷰파인더 밑에는 센서가 달려 있는데요. 이 센서의 이름은 아이스타트 센서입니다. 설정에 따라 눈을 가져다 대면 LCD 디스플레이 화면이 꺼지게 할 수도 있고, 눈을 대자마자 자동으로 AF가 동작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편리한 기능이긴 하지만, 꺼두시는 게 좋습니다. 센서를 가리면 바로 작동되기 때문에 가지고 다니다 보면 잦은 AF 작동으로 배터리가 빨리 달거든요. 



   기본 내장 플래시도 있습니다. 정면에서 카메라를 봤을 때 오른쪽 면을 보면 플래시 버튼이 있습니다. 이 버튼을 누르면 플래시가 튀어나오죠. 플래시가 그냥 열리는 것이 아니라 살짝 밀려 나오면서 펴지는 형태인데, 그런데도 높이가 낮습니다.



   뒷면 오른쪽 아래에 Super SteadyShot(SSS) 스위치가 있습니다. 이 스위치는 손 떨림을 보정 기능을 켜고 끄는 스위치예요. 이 기능도 a200을 사는데 한몫했습니다. 대부분의 DSLR 회사는 카메라가 아닌 카메라 렌즈에 손떨림 보정 기술을 넣고 있습니다. 그리고 손떨림 보정 기술이 들어간 렌즈를 더 비싸게 팔고 있죠. 소니는 특이하게 카메라 본체에 손떨림 보정 기술이 탑재했습니다. 그래서 렌즈에 손떨림 보정 기술을 넣을 필요가 없고, 아무래도 렌즈를 더 저렴하게 만들 수 있겠죠. 근데 정작 렌즈가 많이 없다고 하네요. T-T


   어쨌든 저는 이 SSS, 그냥 무조건 켜놓고 살았습니다. 야경을 촬영할 때는 이 기능을 끄는 것이 좋다고 하던데, 저는 특별히 삼각대를 써본 적도 야경을 촬영해본 적도 없어요. 그래서 항상 켜놓은 상태였습니다. ㅎㅎ SSS는 대략 2.5~3.5 스텝 정도를 보정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제 렌즈는 5년째 기본 번들 렌즈 그대로입니다. 제가 가진 이 번들은 18-70mm의 초점거리를 가졌고, 조리개값은 초점거리에 따라 F3.5-5.6 사이를 가변합니다. 나중에는 번들 렌즈가 다른 렌즈로 바뀌어 이제는 구번들이라 불리죠. 웃긴 게 이 렌즈는 참 한결같이 최악의 번들 렌즈라고 평가를 받는 렌즈입니다. 소니도 그걸 알았으니 리뉴얼을 했겠죠…. (우주 최악이라고 쓰신 분도 계시더군요. ㅎㅎㅎㅎ) 하지만 제가 사진을 못 찍었던 것은 이 렌즈 탓은 아닌 거 같아요. 이 렌즈만으로도 엄청난 사진을 찍으시는 분들. 너무 많이 계십니다. 


   전 이런 악평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전 이 렌즈가 세상 렌즈의 모든 것인 줄 알았어요. 조리개값은 모든 렌즈가 가변인 줄 알았고, 화각도 이 렌즈처럼 모든 렌즈가 똑같은 줄 알았습니다. ㅎㅎㅎ 참 오랜 시간을 들여 a200에 대해 조금씩 알아 왔습니다. 근데, 결국 렌즈는 한 번도 사지 않았네요. 



   a200의 뒷면입니다. LCD 디스플레이 주위를 설정에 사용되는 다양한 버튼들이 둘러쌓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설정이 이곳에서 가능하죠. (연사 설정과 ISO 설정 버튼은 뒷면에서는 보이지 않는 카메라 오른쪽 위편에, 플래시 팝업 버튼과 AF/MF 변경 스위치는 카메라 왼쪽 면에 위, 아래로 위치해 있습니다.)


   a200의 설정 인터페이스는 참 쉽습니다. 소니는 오랜 시간 다양한 전자제품을 만들면서 인터페이스 설계에 대한 많은 노하우를 축적했죠. 때문에 쉽고 간결해 누구나 금방 배울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저도 처음 카메라를 받아 들고 30분 정도 만져보고 대충 감을 잡았습니다. 근데 이게 위험한 게, 30분 만에 대충 감을 잡은 상태로 쭉 사용하게 됩니다. 5년 동안 그 상태로 쭉 사용했어요. 메뉴얼을 안 읽게 되더라고요. ㅎㅎㅎ



   기본 정보 제공 화면입니다. 2가지 화면을 제공하는데, 지금 보시는 화면이 둘 중에 더 많은 정보를 보여주는 화면입니다. 노출 보정 값을 포함해, 이미지 저장 크기와 예상 사진 촬영 매수까지 다양한 설정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촬영할 때 가장 자주 쓰이는 설정인 ISO 설정, 연사 설정, 노출 고정, AV설정 등은 버튼이 따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자주 쓰이긴 하지만, 그보다 사용 빈도수가 떨어지는 설정들(플래시 모드 선택, 측광 모드 선택, 자동 초점 모드 선택, AF 영역 선택, 화이트 밸런스 선택, D레인지 최적화)은 버튼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고, Fn 버튼을 눌러 설정 화면으로 들어가서야 합니다. 메뉴에 들어와서는 오른편에 마련되어 있는 방향키와 방향키 중간에 있는 동그란 키(선택)를 이용해서 설정하죠.



   ISO(감도)는 3200까지 설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오랜 시간 a200을 사용해본 결과 실용 감도는 800까지라고 생각됩니다. 800도 사실 불안하죠. 낮은 감도와 더불어 어두운 번들 렌즈까지…. a200의 기본 구성만으로는 어두운 곳에서 사진 찍기 어렵습니다. 그나마 SSS(손떨림 보정 기능)가 있어서 다행이었죠. 



   a200의 최고 연사 속도는 초당 3매입니다. 하지만 이미지 저장에 쓰이는 버퍼가 워낙 빨리 차기 때문에 딜레기도 빨리 생깁니다. 초당 3매를 오래 유지하진 못하죠. 저는 항상 연속 촬영 모드를 설정해 둔 후 한 번 사진을 찍을 때 꼭 2~3매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흔들리지 않은 사진을 건져보려는 발악이었어요. ㅎㅎ



   연사 설정 뒤쪽으로 가면 셀프 타이머와 오토브라켓 촬영 설정도 있습니다.



   제가 a200을 산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가 클리닝 모드였습니다. 클리닝 모드는 센서에 붙은 이물질을 카메라 자체에서 청소하는 기능이에요. 소니의 손떨림 보정 기술은 센서를 직접 흔들어서 흔들린 이미지를 보정하는 기술입니다. 이 기술을 변칙 이용해 센서에 붙은 먼지도 떨어트리는 거죠.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제가 a200을 살 당시 이미지 센서 클리닝 기술은 DSLR 보급기에 탑재되지 않는 게 관례였습니다.



   a200의 마이스타일 메뉴에 들어가시면 사용자가 상황에 맞게 골라 쓸 수 있는 색감들이 미리 준비되어 있습니다. 또한, 이 색감 프리셋을 사용자 취향에 맞게 수정할 수도 있죠. 수정할 수 있는 값은 콘트라스트, 채도, 선명도입니다.


- 여기까지가 a200의 리뷰입니다. -


   이 친구 워낙 튼튼해서 딱 두 번 고장이 났는데요. 그것도 다 최근에 고장이 났습니다. 마지막 고장은 카메라를 바닥에 크게 떨어트려서 발생했는데요. 나름 경미한(?) 고장이라 어느 정도는 사용할 수 있길래 아직 안 고치고 있습니다. (렌즈를 떨어트렸는데, 뷰파인더 상의 이미지와 실제 촬영된 이미지가 틀리게 촬영됩니다.) 그리고 이제는 새로운 카메라를 하나 샀습니다. 근데 왠지 미안하네요.


   이 리뷰를 오랜 시간에 걸쳐 썼지만, 과연 누가 이 리뷰를 읽을까 싶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저조차도 이 친구를 리뷰하기엔 이미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버린 것을 잘 압니다. 이제는 중고 거래조차 뜸한 이 친구의 이름, a200을 검색창에 쓰는 사람은 없을 거에요. 하지만 전 리뷰하고 싶었습니다. 5년을 잔고장 없이 제 옆을 지키며, 제게 많은 선물을 준 a200. 제가 이 블로그를 시작할 수 있도록 곁에 있어줬던 a200. 이 친구 덕분에 얻은 것이 너무 많아 꼭 보답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었습니다. 그나마 생각해 낸 것이 이 블로그에 이 친구를 세기는 것이었어요. 네, 이 포스팅은 a200에 대한 헌정 포스팅입니다.


   제가 게을러 사진 실력이 형편없기에 이 친구는 멋진 사진은 하나도 품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DSLR 리뷰에는 흔하게 따라다니는 멋진 사진들을 함께 못 달아주는 게 너무 미안하네요. 수고했어요, a200. 고맙습니다. 사진 열심히 배워서 꼭 멋진 사진 찍게 해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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